올해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이 야생의 늑대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어서 그들이 리더가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Parasitic infection increases risk-taking in a social, intermediate host carnivore).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톡소포자충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온혈동물들을 감염시켜 위험추구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져 있었다. 2018년에 나온 다른 연구에서는(Risky business: linking Toxoplasma gondii infection and entrepreneurship behaviours across individuals and countries) 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경영학을 전공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개인 수준뿐 아니라 문화 수준에서도 나타남이 관찰되었다. 어떤 원리로 이렇게 되는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아마도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조절하여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잘 알려진 연가시의 예에서처럼 우리는 하등 동물들의 행동이 기생충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비교적 익숙하다. 하지만 스스로 고등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행동조차도 이런 요인들의 영향 하에 있다는 생각은 훨씬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의 활동이 결국은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기생충들 또한 인간을 포함한 고등 동물들을 셔틀처럼 사용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하기가 조금 쉬워질 수 있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 사람들을 좀 더 겸손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지난 세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불러일으켰던 제국주의와 전체주의, 그리고 현대 문명의 풍요를 가져다준 자본주의도 부분적으로 이런 기생충의 영향 하에 발생하고 유행했던 것 아닐까? 한 발 더 나아가, 어쩌면 톡소포자충은 인간이 더 대담해지도록 진화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아닐까? 대담한 성향이 사람들을 더 멀리 퍼져 나가게 만들고, 모험이 성공했을 때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더 퍼트릴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럼으로써 기생충의 숙주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 그런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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