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투표 전에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내가 투표를 한 정치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별로 없다. 반대로 내가 지지하지 않은 정치인이 당선되고 나서 일을 잘 못할 때는 '그럴 줄 알았다. 이제 제대로 망하는 꼴이나 봐라.'라고 고소한 마음이 들겠지만, 그것도 결국 한 국민으로서 참 허망하기 찍이 없는 감정일 것이다. 선거 후에 모든 사람이 만족하게 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유권자들 각자 자신이 최선을 다 해서 판단하고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올바른 판단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만 제공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맡기려면 그들을 속속들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마치 직접 만나서 면접을 한 것처럼, 대부분의 관심 있는 국민들이 '이 정도면 아무개에 대해 알아야 할 만큼 알게 되었다'라고 느낄 만큼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 대해서, 또는 적어도 자식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 대해서 아는 만큼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기억하는 정치인들의 행동들 중에 그들에 대해 정말 잘 알게 되었다고 느꼈던 인상적인 행동들은 다음의 것들이다.
이에 반해 어떤 정치인이 무슨 가방을 들고 다닌다느니, 고개를 도리도리했다느니, 말할 때 쩝쩝 소리를 낸다느니 하는 것은 그에 비하면 그 사람의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말해 주는 정도가 훨씬 적은 피상적인 측면들일 것이다(모르겠다. 패션은 그 사람의 허영심이나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는 정도를 나타내고, 고개를 도리도리하거나 쩝쩝 소리를 내면서 말하는 건 자기가 하는 말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나타낼까??? 아마 별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이런 것들보다는 훨씬 영양가 있는 측면들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미디어에서도 그런 대안적인 측면들에 더 많은 방송 시간을 할애하고, 정치 행위의 맥락 전체에서도 그런 측면들이 더 노출되도록 설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그들이 직접 쓴 글을 읽고(직접 썼음을 인증해야 함), 그들의 일상 생활을 엿보고, 질문에 답을 하게 하고, 심지어는 상황극 같은 것을 해서 어떤 상황에서 보일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달리 말하면 선거 운동을 구태의연한 유세 같은 것으로 채우게 하지 말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예상된다.
그러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2단계 과정을 생각해 보았다. 1) 정치인으로서의 수행을 잘 예측하는 개인적 특성들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MBTI 같은 것 말고 더 타당하고 설명력이 높은 도구를 이용해서 연구한다.
2) 그 특성들의 차원에서 정치인들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방법들을 개발해서 유권자들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하게 한다.
덧붙여서, 정보가 주어진다고 해서 그 정보에 개인들이 적절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들을 자신의 가치 기준에 맞게 취합하여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항목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즉 얼마나 각 항목들에 가중치를 둘지) 등의 규칙을 미리 정하고 후보들이 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몇 점을 받을 수 있는지를 일괄적으로 계산해줄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적으로 멀리 있는 일들에 대해 더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되도록 선거일로부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시점에서 각 항목들의 중요성을 평정하게 한다면 지엽적인 요소들이 아닌 보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판단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아이디어에 대하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고 그 정보가 무엇인지 투명하게 정의된다면, 정치인들은 평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가식과 위선을 떨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인지적 부담이 높은 상황, 즉 갑작스럽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나 매우 피곤한 때에도 바람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려면 평소 마음가짐을 더 그에 맞춰 살아가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검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면 애초부터 검은 마음을 먹지 않으면 될 것이므로, 더 이타적이고 편견 없이 국민에 봉사하는 마음을 내면화하게 되지 않을까. 흠… 오늘도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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