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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 서명을 앞에 할 경우 뒤에 할 경우에 비해 더 정직하게 행동한다는 논문이 출판되어 화제가 되었다. 2. 최근의 (같은 저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결과는 재현되지 않는다. 3. 저자들 중 하나인 Dan Ariely가 자료를 수집한 원래 연구 중 하나가 자료 조작의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이 일은 뉴스 사이트, 트위터, 블로그 등지에서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태풍의 눈에 있는 Dan Ariely는 당연히 소속 학교의 조사를 받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어쩌면 수퍼스타 학자에 대한 질시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는)를 받고 있다. 사실 자료 조작에 사용된 방법이 너무나 서툴러서 설마 그가 이렇게 뻔한 방법을 썼을까 싶기도 하지만, 과거의 그의 석연치 않은 행적들까지 이번 일로 다시 끄집어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자료 조작 이전에, 탑 저널에 실었던 연구에 대해 같은 저자들이 그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연구로 같은 탑 저널에 또 출판을 할 수 있었다는 걸 보면 학자들의 세상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게 이번 스캔들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연구는 특히 정책의 맥락에서 현실적인 함의가 큰 연구였고 이미 많은 곳에서 적용이 되고 있는 중이기에, 심리학을 비롯한 행동과학의 사회적 인식이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받게 될 것 같다. 이번 일의 책임자가 밝혀지든 안 밝혀지든, 그 피해는 애꿎은 수많은 성실한 연구자들이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연구 환경은 점점 더 엄격해지고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건 한편으로는 잘 된 일이고 우리 학계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꼭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야 자정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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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들에 대한 링크를 올려 놓는다.
Diederik Stapel의 자서전 — Apr 21, 2015 12:34:55 AM 사랑에 빠지게 하는 서른 여섯 가지 질문들 — Mar 3, 2015 1:41:36 AM 먹고 살기 힘든/쉬운 세상 — Nov 25, 2014 1:28:14 AM Nature지에 실린 심리학 연구 — Nov 25, 2014 1:24:16 AM 세계 100대 심리학자들 — Nov 25, 2014 1:19:25 AM 퇴고의 중요성! — Nov 25, 2014 1:15:54 AM p-hacking의 누명을 썼을 때의 대처법 — Nov 25, 2014 1:08:50 AM Sandra Bem과 예고된 자살 — Jul 16, 2014 12:03:12 AM Voluntouring: SNS와 선행이 낳은 괴물 — Jul 2, 2014 6:58:25 AM 지도교수와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연구자의 고생담 — Jun 26, 2014 4:38:34 AM 마침내 사회심리학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왔다! — Jun 26, 2014 4:35:52 AM 슬픈 현실: 출판된 논문들의 90%는 전혀 인용되지 않는다. — Jun 26, 2014 4:31:34 AM 내용과는 관계 없이, 무언가 강한 임팩트로 기억에 남을 만한 논문을 학술지에 싣는 것은 모든 연구자들(또는 학술지 편집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아래 링크에서 소개하는 논문은 초록이 한 단어, 즉 제목에서 묻는 질문에 답하는 "아니오."로 되어 있다.
https://gizmodo.com/study-with-one-word-abstract-finds-moon-phases-dont-pre-1822190714 내용을 좀 읽어 보면, 단순히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꼼수라고 치부하기에는 저자들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즉 일반 대중들에 퍼져 있는 잘못된 속설을 바로잡기 위해 복잡한 설명보다는 단순하고 주의를 끄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논문의 본문에서는 초록에서의 답변을 뒷받침하는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다음 논문은 writer's block에 대한 심리학 논문인데, 한 술 더 떠서 아예 제목만 있고 초록도 본문도 없다. 심사평까지 합쳐서 한 쪽에 다 들어간다. 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311997/?page=1 솔직히 이 정도 되면 그냥 마케팅 전략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논문은 61번 인용이 되었다고 한다(도대체 누가... 왜...?). 이런 논문도 저자의 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걸 능가하려면 제목조차도 없는 논문을 써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사실 심리학은 복잡한 학문이므로 맨 위의 논문에서처럼 질문에 단답형으로 패기 있게 답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내가 본 심리학 논문들 중에 가장 박력있는 제목을 달았던 것은 다음 논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제목은 "왜 대부분의 출판된 연구 결과들은 틀렸는가?"이다. 제목이 장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연구의 재현가능성에 관련하여 학계의 잘못된 연구 관행을 비판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논문이다. journals.plos.org/plosmedicine/article?id=10.1371/journal.pmed.0020124 |